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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스물이라면…

기사승인 2015.04.08  13: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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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붉게 물든 저녁 저 노을처럼// 나 그대 빰에 물들고 싶어//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대 위해 노래하겠어//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나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4월이면 입버릇처럼 흥얼거리는 안치환의 ‘내가 만일’이라는 노래다. 사랑한다고, 너무 보고 싶다고, 정말 함께하고 싶다고 말할 용기가 없는 그 누군가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 명색이 선생으로 나이도 한참 위지만 치열하게 살고 있는 주변의 대학생들에게 뭐라 말할 자격은 여전히 부족한 내 처지와도 닮았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본다. 내가 만일 스물이라면 무엇을 할까? 알라딘에 나오는 요술램프가 있어 다시 1987년의 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다른 것은 제쳐두고 꼭하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

전공과 취업 공부는 좀 미뤄두고 보다 다양한 경험과 교양을 두루 쌓는 것이 그 중 첫 번째다. 인생을 최소 90분간 계속되는 축구 경기에 비교하면 대학 생활은 아직 전반전 초반에 불과하다. 목표를 향해 맹렬하게 질주할 시간이 아니라 상대편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석하는 시간이다. 평소에 먹는 김치찌개, 볶음밥, 김밥과 자장면과 같은 제한된 음식 중에서 서둘러 뭔가를 선택하기보다는 중국, 프랑스, 이태리, 일본요리 등을 두루 먹어봐야 할 때다. 인생 스물에 길러진 취향이 삶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콘서트, 전시회, 박물관과 여행도 두루 경험할 필요가 있다. 돈도, 시간도, 여유도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돌아보면 그때만큼 자유로운 시간은 없었다. 게다가 이러한 취향과 경험이 유전자로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자칫 평생의 한이 될 수도 있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모두 책에서 따온 문장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줄 수 있는 ‘타인의 혀’를 많이 소유하는 것이 두 번째 소망이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보고 싶다’고 직접 소리치는 대신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뇨”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외롭고 쓸쓸하고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 없다고 횡설수설하는 것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했던 정현종이라는 시인의 혀를 빌릴 때 보는 눈이 달라진다. 벼락부자와 벼락출세와 달리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나이 스물 때부터 차곡차곡 챙길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의 두뇌는 일종의 텅 빈 도화지와 같다. 밑그림을 어떻게 잡고, 무슨 색깔로 시작하고, 무엇으로 채워 넣을지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 행복, 희망, 사랑, 평화, 관용, 자유, 나눔, 순수, 아름다움, 맑음과 같은 긍정적인 것으로 채울 수도 있지만 불행, 절망, 분노, 폭력, 속박, 독점, 야비함과 음흉함이 대신할 수도 있다. 굳이 일부러 땟자국을 묻히지 않더라도 먼지가 조금씩 쌓이면 결국 제 구실을 못하는 거울과 비슷하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에 생매장시킨 세월호 부모 앞에서 피자를 먹으면서 조롱하는 생각으로 채울 수도 있고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끝으로, ‘아름다운 추억,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세상에 대한 믿음’으로 청춘의 메모리를 채우는 습관을 좀 더 일찍부터 길렀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까닭이다.

김성해 사회과학대학 신문방송학과

<저작권자 © 대구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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